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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3

삼도천을 건너게 된 남자 3 평평한 돌. 죽은 아이에겐 이렇다 할 이름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번듯하게 지을 이름도 없었기에 산을 넘어다니다가 발견한 평평한 돌 하나를 잘 닦고 말려 아이의 무덤 앞에 가지런히 놓아 제사를 지냈고 또 하나 돌을 구해와서 잘 세운 비석을 하나 만들었다. 남자와 여자의 이름을 새겨넣은 그 비석엔 차마 이름을 짓지 못한 아이의 혼령이 오고가는지 이따금 햇빛이 땅을 녹이는 날이면 흰 나비가 빙글빙글 맴을 돌다 산 너머의 소나무 뒤로 숨어들곤 했다. 아이야, 아이야... 연모하고 그리운 나의 죽은 아이야... 부디 더 좋은 세상의 더 낫고 고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렴... .... 아이가 세상과 이별을 한지도 서너해... 남자와 여자의 집은 늘 같은 처지였지만 행복했다. 하지만 남자는 이따금 나를 만나 주름이 가.. 2023. 1. 23.
삼도천을 건너게 된 남자 2 내 마음 속 온대와 열대의 땅, 해가 반짝 나는 계절의 바람의 평온은 모든 생명이 풍요로울 정도의 평화가 찾아오곤 했고, 무지막지한 하늘의 진노가 땅으로 지하로 꽂히는 계절의 풍파는 천지를 진동하고 깨뜨려 모든 것을 박살내는 파괴의 조물주가 강림하는 듯 했다. 여자의 계절은 그 두 곳을 오고가며 치닿고 다시 내달리곤 했다. 삶이 그렇다고 생각을 해버리기엔 너무나 아프고 혼란스러움이 마음 가득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여자의 마음엔 안정할 수 있는 땅은 없었다. 그런 땅을 가진 사람은 그 여자가 바라보던 그 남자였다. 눈동자를 뚫어보는 독심의 칼같은 눈빛이 남자를 삼킬듯한 파도의 온화함으로 당기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사람의 눈을.. 심지어 젖은 눈으로 바라보는 일이란 단 한번도 없던 일.. 2023. 1. 16.
삼도천을 건너게 된 남자 1 삼도천(三途川)은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경계선에 있다고 하는 강이다. 불경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 전승에는 민간신앙이 적잖게 섞여 있다. 생전의 업에 따라 "유교도, 산수뢰, 강심연"으로 건너는 길이 세가지 있는 것에서 나 온 이름이다. 죽고서 7일째 되는 날 이 내를 건너게 되며, 선량한 사람은 보화가 덮인 다리인 유교도有橋渡를 건너게 되고 죄가 가벼우면 잔잔히 흐르는 산수뢰山水賴를 건너게 되고 죄가 무거우면 급류가 흐르는 강심연江沈淵을 건너게 된다고 한다. #삼도천 을 건너게 된 남자 때는 조선 후기 철종, 봉황의 권세를 누릴만큼의 실력을 가졌기에 고향을 떠나 남자는 한양을 가는 어두운 산길의 어디쯤에 큰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세번째 고개를 넘는 사이, 남자는 매복을 하고 있던 산적패들을 피해.. 2023. 1. 12.